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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컬쳐읽기] 주식을 예능으로 배운다?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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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가 어려울수록 대중들의 관심은 경제에 쏠린다. 현실에서 부재한 부분을 판타지로 채워주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경제를 소재로 삼기 시작한 건 팍팍한 현실의 영향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주식 투자를 실전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들도 나오고 있다. 그 허와 실은 무엇일까.



     

    “개미는 (뚠뚠) 오늘도 (뚠뚠) 열심히 일을 하네.” 일본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이른바 ‘개미송’에는 샐러리맨들의 삶에 대한 페이소스가 담겨 있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지만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존재의 처량한 처지가 그것이다. 
    카카오TV의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바로 여기서 제목을 따왔다. 물론 이 ‘개미’에는 조금 다른 뉘앙스가 더해져 있다. 바로 ‘개인 주식 투자자들’이다. 기관 투자자들과 비교되는 ‘개미들’에게는 어딘가 웃픈 주식으로 돈을 잃은 ‘전설적인’ 이야기들이 나올 것만 같다. 
    그 ‘프로 손실러’로서 노홍철은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자신의 ‘손실 경험담’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지인 추천 코스닥에서부터 코스피, 비상장 기업, 가상화폐 등 다양한 투자를 무려 12년간이나 해왔지만 어찌 된 일인지 넣기만 하면 ‘후룸라이드’를 타는 것 같은 추락을 경험했다는 것. 
    남이 돈 잃은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것이 있을까. 그래서 노홍철의 실패담은 빵빵 터지는 이야기지만 사실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아픔과 페이소스가 묻어난다. 
    하지만 비극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 된다던가.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다”는 말로 마치 남 이야기하듯 던지는 실패담은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으로 만들어지고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주식 투자를 하는 일련의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준다는 프로그램에서 노홍철은 기꺼이 자신 하나를 희생해 주식 투자의 교훈을 전하겠다 선언한다. 



     

    예능 속으로 들어간 실전 주식 투자
    지금까지 ‘실전’ 주식 투자를 그 어느 방송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건 그것이 자칫 사행성 조장 같은 불편한 방향으로 오도될 위험성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TV는 플랫폼의 특성이 지상파와는 다르다. ‘선택적 시청’이 가능한 채널이라는 명분은 내돈내산 실전 주식 투자를 예능의 소재로 과감히 채용한다. 
    물론 사행성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장치 역시 마련되어 있다. 김동환이나 슈카 같은 전문가들의 조언이 그것이다.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 주식 시황을 확인하는 중독 증세를 보이는 딘딘에게 전문가들은 대놓고 주식을 하지 말고 차라리 게임에 빠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전문가들은 진정한 주식 투자가 그 회사의 미래를 전망하고 장기적 포석으로 이뤄지는 일이며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걸 알려준다. 물론 다 아는 이야기지만 결코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지당한 이야기들은 예능으로 소비될 수 있는 주식 소재의 위험성에 어떤 균형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실제 투자의 박진감과 게임 같은 자극성 사이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 여타의 경제 관련 방송 프로그램들과 확연히 다른 지점은 투자하는 주식의 실명을 있는 그대로 다 보여준다는 점이다. 인터넷 플랫폼이기에 가능한 이 노출은 주식 정보처럼 실물경제와 연결되어 있는 아이템의 현실감을 높여준다. 
    당연히 정보는 박진감이 넘칠 수밖에 없다. 실제 노홍철과 딘딘이 얼마를 벌었고 또 잃었는가에 대한 방송이 마치 트루먼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노홍철이 ‘홍반꿀(노홍철 반대로만 투자하면 꿀)’이라 불리는 닉네임을 갖게 된 건 실제 주식명이 등장하는 투자를 보여줘서다. 
    주식명 노출이 주식 소재 방송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는 지상파인 MBC가 만든 2부작 파일럿 ‘개미의 꿈’의 한계를 보면 분명해진다. 종목 소개에서 ‘삐’ 처리되는 실명은 프로그램의 박진감을 지워 버렸다. 유튜브 같은 공간에서 실물 주식 투자에 대한 방송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지상파가 가진 한계는 주식 소재 방송의 중요한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실제 투자라는 자극을 갖고 있는 데다 최근 들어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까지 하는 젊은 세대들의 욕망이 더해지면서 ‘개미는 오늘도 뚠뚠’ 같은 주식 관련 예능 프로그램들은 반응이 뜨겁다. 관찰 예능인 JTBC ‘독립만세’에서도 재재 같은 젊은 출연자가 주식 투자를 하는 모습을 일상적으로 담아낼 정도로 이제 ‘돈을 버는 문제’는 누구나의 욕망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누구나의 욕망이 예능에서처럼 결코 ‘소소한 일’로 치부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가용 자산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이들만큼 돈을 빌려 투자를 하는 이들도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에 가까운 이 살풍경한 현실 속에서 마치 ‘게임처럼’ 쉽게 접근시키는 예능 프로그램의 방식은 자칫 그 자체로 위험할 수 있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에서 ‘단타 좀비’로 불리는 딘딘이 주식 투자에 푹 빠져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지는 모습은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으로 소비되지만 실상은 주식 중독의 심각함이 내포된 일이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은 방송이 방송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현실에 영향을 주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골목 상권을 바꾸고 지역 특산물의 유통을 열어준다. 주식과 부동산 같은 경제 정보도 마찬가지다. 거론된 종목이나 지역이 자칫 투기의 대상이 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진짜 경제 소재 방송의 영향력은 그래서 투기 조장이 아닌 제대로 된 경제 정보를 통한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저 재미와 웃음으로 치부하기는 그 결과가 자못 심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