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연말이 되면 매해 느끼는 단상이지만 2024년은 유난히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년째 지속되며 오히려 격화되는 전쟁들, 불확실성에 리스크를 배가한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 앞이 보이지 않는 듯한 경제 환경과 국내의 여러 정치·사회 이슈 등으로 인해 2024년 우리는 한 걸음 내딛는가 하면 다시 전도다난(前途多難)에 실망하곤 했습니다. 마치 빛이 없는 긴 터널을 지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일은 때때로, 아니 꽤나 자주 어두운 터널을 걷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유시유종(有始有終).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가 걷고 있는 이곳은 막힌 동굴이 아니라 뚫린 터널입니다. 터널 끝에 아직 빛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전진하다 보면 결국 출구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계속 나아갈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산소도 있습니다.
또한 어쩌면 칠흑 같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현재의 터널은 위험이 아니라 가능성일지 모릅니다. 만약 환하게 밝혀진 터널을 걷는 중이라면 무엇이 기다릴지 모르는 터널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터널은 안전지대가 아니며 변화는 터널의 끝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물론 긴 터널을 빠져나가 비로소 만나게 된 것이 환한 낮이 아니라 여전히 캄캄한 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밤이 지나면 새벽이 오고 분명 여명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논어’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 사람은 성인뿐이다(有始有卒者 其惟聖人乎)”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서 ‘성인’을 요즘 말로 대체하면 ‘리더’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단어 뜻 그대로 성스러운 사람을 지칭할 수도 있지만 ‘군자(君子)’, 즉 이상적인 통치자와 종종 함께 쓰이는 말이니까요.
그렇다면 유시유종의 미(美)를 거둘 수 있는 사람, 즉 리더의 역할이 터널 속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리더가 높은 곳이 아니라 먼 곳을 바라보고 기업가 정신과 혁신의 사고를 놓지 않아야 할 때입니다.
미국의 정치인 로이 T. 베넷은 “성공은 얼마나 높이 올랐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는가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퍼스트 레이디 앨리너 루스벨트는 “자신을 다루려면 머리를 쓰고 다른 사람을 다루려면 가슴을 써라”라고 했습니다.
경영자 여러분.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으로 구성원을 이끌며 성공이라는 먼 터널의 끝을 향해 가는 일이 힘드실 줄로 압니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에 변화를 만드는 일임을 잊지 않으시고 조금 더 힘내시길 바랍니다.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