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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영 트렌드] 내 일을 가슴 뛰게 만드는 잡 크래프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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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성장 시대의 뉴노멀이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의 넥스트 노멀로 진행되고 있다. 상시 구조조정, 일하는 방식 변화로 점차 일에 몰입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보상 등 외재적인 자극으로 구성원을 동기부여 한다는 건 매우 어렵다. 자부심 등 내재적 자극이 필요하다. 이번 호에서는 일에 대한 동기부여 방법론인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지난해 9월 중앙일보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는 5만 2924명(4932개 회사)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직장인 행복지수’를 조사했다. 여러 요인 중 ‘직장 만족도’는 100점 기준 42.7점, ‘직무 만족도’는 53.9점으로 나타났다. 직무 만족도는 3개의 하위 개념으로 나뉘었는데 ‘업무 자율성’ 50.3점, ‘업무 의미감’ 49.6점, ‘업무 자신감’ 61.8점을 기록했다.
    이들의 상관관계를 보면 직장 만족도와 업무 자율성 간 상관계수는 0.48, 업무 의미감과는 0.57, 업무 자신감과는 0.26으로 나타났다. 즉 만족도 점수가 가장 높은 업무 자신감은 정작 직장 만족도와의 상관관계가 낮은 반면, 만족도 점수가 가장 낮은 업무 의미감은 직장 만족도와의 상관관계가 가장 높았다.
    여기서 우리는 업무에 대한 인식(업무 의미감)이 직장 만족도에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업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잡 크래프팅’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형성


    잡 크래프팅의 개념은 에이미 브제스니에브스키 예일대 교수가 뉴욕대 재직 시절 제인 더턴 미시건대 교수와 2001년 공통 발표한 ‘잡 크래프팅 : 종업원들을 그들의 일에서 적극적인 크래프터들로 변화시키는 것’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이들은 잡 크래프팅을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직원 개인이 수행하는 과업 혹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의 경계에 대해 만드는 물리적이고 인지적인 변화’로 정의한다. 또 이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잡 크래프터라고 칭한다.
    이들이 제시한 모델을 보면 잡 크래프팅 실천 방법으로 과업의 3가지 경계, 즉 물리적, 인지적, 관계적 경계의 변화를 제시한다. 이를 통한 궁극적인 효과는 일의 의미 그리고 정체성의 변화다. 결국 잡 크래프팅을 통해 개인이 수행하는 일의 의미와 정체성을 재정립한다는 것이다.
    잡 크래프팅은 일반적으로 ‘주어진 업무를 스스로 변화시켜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일련의 활동’ 혹은 ‘주어진 업무를 넘어 직원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업무 범위와 관계를 조정하거나 업무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려는 노력’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정의들은 잡 크래프팅이 단순한 행동들의 합이 아닌 일련의 프로세스 개념임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잡 크래프팅은 기존의 직무 설계(Job Design)와 차별화된다. 직무 설계는 직원 개개인이 그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고 보람을 갖고 적극적으로 일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직무를 설계하는 것으로 실천 방법에는 직무 확대, 직무 충실, 직무 순환이 있다.
    직무 확대란 업무의 수를 늘려서 업무량을 확대하는 양적 방법이고 직무 충실은 수행 업무에 책임이나 권한의 범위를 확대해 업무의 폭을 넓히는 질적 방법이다. 직무 순환이란 현재의 직무 대신 다른 직무를 경험하도록 새로운 부서로 배치하는 것이다.
    일련의 내용들은 직무 기술서에 기록되어 전해지며 이런 작업들은 회사가 주체가 되어 수행된다. 즉 하나의 프로세스 개념이라기보다는 콘텐츠 개념이며 직원을 동기부여한다는 목적은 동일하나 운영 주체가 회사 혹은 상사이기 때문에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면 잡 크래프팅은 일련의 프로세스 개념으로 작동하며 직무 기술서상의 업무 범위에 한정하지 않고 직원이 자발적으로 업무 범위 및 관계를 조정하거나 업무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전개된다.
    잡 크래프팅의 이러한 특성은 전통적인 개념의 직무 설계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한다. 직무 설계에서의 직무란 상사나 회사가 제시하는 것으로 직원 개인이 자율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 즉 개인의 업무에 대한 자율성이 제한되어 있게 한다.
    또한 관계적 측면도 간과되어 왔다. 조직 내에서의 업무는 개인 혼자 수행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른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상사, 동료, 관련 팀, 심지어 고객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받고 이러한 관계를 통해 완성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직무 기술서는 과업에 대한 내용만 기술되어 있지 업무가 이루어지는 방식인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핵심은 일의 의미 찾기


    잡 크래프팅은 한마디로 자신의 ‘현재 업무(Present Job)’를 ‘공들여 만든 업무(Crafted Job)’로 바꾸는 작업 혹은 일련의 과정이다. 이를 통해 직원 개인의 업무에 대한 만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불만족을 줄인다. 또한 관계적 차원을 새롭게 구축함으로써 팀워크를 증가시킨다. 그 결과로 개인 차원의 고용 가능성뿐 아니라 조직에서 개인의 적응력이 커진다.
    무엇보다도 잡 크래프팅의 가장 큰 매력은 본인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 자신의 의지 혹은 생각을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업무는 주어진 것이라는 관점에서 수행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잡 크래프팅을 통해 그러한 주어진 업무에 자신의 의지나 생각을 포함시켜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업무를 수행하는 데 보다 더 자신감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본인 업무에 대한 통제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무기력하게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되어 가는 과정과 결과를 보고 느끼게 된다면 업무에 몰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에이미 브제스니에브스키 교수는 201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에서 포춘 500대 기업에서부터 작은 비영리 기업까지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 잡 크래프팅을 시행한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직원들보다 직장 생활에 더 몰입하고 만족했으며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고 더 큰 회복 탄력성을 보였다고 이야기했다.




    잡 크래프팅의 3가지 유형


    잡 크래프팅은 크게 3가지 하위 유형으로 구성된다. 첫째, 인식 재정립(Cognitive Crafting) 차원은 수행 업무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즉 일의 목적을 보다 의미 있게 재해석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재해석이란 현재 업무를 동일 수준에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수준을 높여 바라본다는 의미이다.
    회자되는 유명한 사례 중에 나사(NASA)를 방문한 케네디 대통령과 청소부의 대화가 있다. 복도에서 마주친 청소부에게 케네디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하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청소부로서 건물을 깨끗하게 하는 일을 한다고 대답할 수도 있지만 그는 더 높은 수준에서 자신의 일을 정의했다. 인식의 재정립이란 이런 차원의 생각이다.
    둘째, 과업 재설정(Task Crafting) 차원은 ‘시각화-맵핑-재구조화’의 프로세스로 진행한다. 시각화 단계에서는 도출된 업무들을 시각화한다. 동그라미, 네모, 색깔 등을 활용해 업무의 경중, 난이도, 소요시간 등을 고려해 표시한다.
    맵핑 단계에서는 업무의 구성요소들(Tasks)을 도출해 정리하고 재구조화 단계에서 구성요소들을 재구성한다. 이러한 과정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상황에 맞게 정리하면 된다.
    셋째, 관계 재구축(Relational Crafting) 차원은 상사, 동료 및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업무상 발생하는 관계의 질과 양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자신의 일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는 상황은 발생하기 힘들다. 따라서 본인의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협업이 더 수월한 부서, 사람을 선별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금융 상품 판매원이 단순히 상품을 고객에게 소개하고 판매하는 판매자로서가 아니라 고객의 은퇴 후 노후를 설계해 주는 재무 설계자로서 관계를 재구축하는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구글과 디즈니의 잡 크래프팅


    구글은 직원의 업무 몰입을 증진하기 위한 방법으로 잡 크래프팅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마케팅, 회계, 운영, 인사 등 다양한 직무 담당 직원을 무작위로 추출해 실시한다. 워크숍은 과업 재설정, 관계 재구축, 인식 재정립으로 구성된다. 과업 재설정 부분에서는 자신의 강점, 가치, 흥미에 따라 현재 맡은 과업을 추가, 확대하거나 축소, 삭제해 업무를 수정한다. 관계 재구축 부분에서는 새롭게 만든 과업 수행에 필요한 조직 내 관계를 조정한다. 인식 재정립 부분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일을 재정의한다.
    구글은 이러한 잡 크래프팅의 효과도 측정했다. 잡 크래프팅 계획과 조직 성과 간 연관성을 분석한 것이다. 워크숍 6주 후 참가자들이 재설정한 과업의 수행 결과를 관리자와 동료들에게 평가하게 한 결과 참가자들의 업무 몰입도가 높아져 업무 성과가 향상되었다는 응답을 들었다. 이에 구글은 잡 크래프팅이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판단해 지속적인 워크숍을 통해 직원들을 동기부여하고 있다.
    가마타 히로시의 저서 ‘내가 하는 일 가슴 설레는 일’에서는 청소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 사례가 나온다. 미국 디즈니랜드의 청소 담당 총괄 책임자 척 보야잔은 도쿄 디즈니랜드가 개장한 후 청소 직원들을 교육하기 위해 일본으로 파견와 여러 노하우를 전해주었다.
    어느 날 그는 “방문객이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한 직원이 방문객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우리가 할 일이 없어지는 거라고 대답했다. 이때 보야잔은 “방문객이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청소를 하는 겁니다”라고 답한다.
    방문객이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는 건 ‘버려도 되는 환경’을 우리가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 이를 통해 그는 청소는 ‘더러워졌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청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일본 직원들에게 인식시켜 주었다. 직원들도 청소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은 발전이 필요한 초기 단계


    잡 크래프팅이 좋은 개념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완벽한 도구는 아니다. 우선 과업 재설정의 경우 개인의 업무와 관련된 범위 등을 관리자와 협의 하에 수정한다. 이를 개인의 단독 업무에 국한해 수정하는 경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조직에서의 업무는 대부분 다른 사람과의 협업이 전제되어 있다.
    따라서 개인의 특정 업무 범위 등을 새롭게 정의할 경우 해당 업무와 관련된 다른 사람의 업무 범위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해당 인력이 1~2명이라면 조정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여러 명이 얽혀 있는 업무라면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관리자의 목표와 연계되지 않은 채 진행하는 잡 크래프팅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업무가 과중되어 개인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다.
    잡 크래프팅은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을 설정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진행하는 과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상사나 동료들에게 지원을 받거나 업무를 조정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꺼려지는 일이다.
    조직의 입장에서 볼 때 잡 크래프팅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급여가 상승되거나 승진이 이루어지는 등의 제반 제도 차원의 연계 없이 개인 차원에서 수행될 수 있다. 대상 또한 고성과자, 저성과자로 구분해 차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의 규모와도 관계가 없다. 궁극적으로 자신이 하는 업무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도구라 할 수 있다.
    잡 크래프팅은 아직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발전의 여지가 남아 있다. 많은 조직에서 도입해 지속적인 방법론이 개발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를 통해 전 직원의 ‘직무 사업가화(Job Entrepreneur 化)’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출처 : 월간 CHIEF EXECUTIVE 2020년 9월호 -